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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부상은 한국에 유리할 수 있다
작성일 : 2011-07-05 11:41조회수 : 16608
중국의 부상은 한국에 유리할 수 있다
[2011-07-05, 16:54:30] 온바오    

▲ 한승주 고려대 명예교수·전 외무부장관

▲ 한승주 고려대 명예교수·전 외무부장관

중국의 강대국화 우려 있지만 中·美 충돌 개연성 높지 않고
중국도 硬性외교 한계 자각… 북한 정권 붕괴는 원치 않으나
북한 자제시키는 노력 경주… 한·중 공통분모 생각보다 커

요즈음 세계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중국에 관한 토론회나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주제는 중국이 언제 어떻게 세계 제1의 경제 대국이 될 것이냐는 것이고, 그것이 세계 질서에 주는 영향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주 공산당 창당 90주년을 맞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포럼에 참석해 중국과 주요 각국의 지식인·정책가들과 '중국과 세계 질서의 변환'이라는 주제로 토론을 가졌다. 다양한 견해가 피력되었지만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 것은 중국이 이미 2010년 국민총생산(GDP)에서 일본을 앞질러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되었고 2025~ 2030년에 미국을 추월해 세계 최대 경제국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러한 중국을 이웃으로 하고 있는 한국은 중국의 국력 팽창과 거대화가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이고, 어떠한 자세와 준비로 이러한 중국에 대응할 것이냐는 점을 심사숙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초강대국이 되는 것은 무역·투자 등 경제면에서 우리에게 커다란 기회도 되지만 지정학적인 면에서는 우리에게 우려와 경계심을 갖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경제가 중국에 너무 크게 의존하는 것은 아닌가? 중국이 북한의 존속을 지원하는 한 우리나라의 통일은 요원한 일이 아닌가? 중국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방관 내지 두둔하는 것은 아닌가? 우리가 미·중 간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경우가 되지 않는가 하는 등의 우려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몇 가지 이유에서 우리가 대처하기에 따라서는 중국의 부상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첫째, 중국은 강대국으로 세계 질서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독일·소련 등 과거의 현상 타파적 국가들과는 달리 현 질서를 기본적으로 유지하고 존중한다는 전제에서 점진적이고 평화적인 개선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일컬어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가리고 칼을 간다)' 정책은 미국이라는 패권 국가를 대체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차분히 실력을 기르며 다극적인(multi-polar) 세계 질서로 옮겨가기 위한 수순으로 보인다. 따라서 중국과 미국의 군비 경쟁과 안보적 신경전은 계속되겠지만 충돌이나 전쟁이 필연적인 것도 아니고 개연성이 높은 것도 아니다.

둘째, 중국이 북한을 경제적으로 지배하고 남한에 대해서는 경제적 의존 관계를 기화로 외교적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에 대해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북한의 경우 최근 황금평 개발의 어려움에서 보듯 중국이 경제적으로 이득을 볼 수 없는 사업에 지배력 확대를 위해 크게 투자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 중국은 작년 9월 일본과의 도서(島嶼) 분쟁에서 나타난 것과 같이 따끔한 '교훈'을 주기 위해 경제적 관계를 외교적 압력의 수단으로 사용한 적은 있다. 즉 희토류(稀土類) 일본 수출을 통제함으로써 구금된 중국 선장의 석방을 유도하였다. 그러나 중국의 이러한 적나라한 외교 행태는 국제적 경계심을 유발했고 내부적으로도 경성(硬性) 외교에 대한 재고의 계기가 되었다. 중국으로서는 다시 한번 연성 외교와 소프트 파워의 필요성을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셋째, 북한의 천안함 폭침, 연평도 무력 도발 등에 대해 중국이 우리가 기대하는 만큼 단호한 태도를 보이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중국으로서는 그 나름대로 북한을 자제시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해 주어야 할 것이다. 또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이 결코 중국에 유리하지 않은 만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가능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중국으로서는 북한 정권의 붕괴를 원하지 않고 또 북한에 대해 어느 정도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지원은 제공해야 하며 북한에 대한 공개적인 압력이나 비난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다.

중국과 미국은 아직도 대만 문제, 인권 문제, 남중국해 문제 등으로 갈등의 소지를 많이 갖고 있으나 양국이 좋은 관계를 갖는 것이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는 인식 아래 갈등을 넘어 협력의 필요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점이 두드러져 보인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미·중 간 이해와 협조의 폭이 제3자가 인식하는 것보다 상당히 클 가능성이 있다. 중국과 우리나라도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큰 이익의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우리가 통일에 이르기까지, 또 그 이후에도 중국의 협조를 얻기 위해서는 중국의 복합적인 입장을 이해하고 중국이 효과적으로 한반도 평화와 북핵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협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사제공 : 조선일보]